조그만 바닷가 마을 해망을 배경으로, 본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관조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회부 기자인 문정수는 기르던 개에게 물려 죽은 소년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10년 전 군인으로 복무했던 해망을 찾는다. 장철수는 베트남에서 온 후에와 함께 물밑 펄에 널려 있는, 미군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쏟아낸 포탄 껍질과 탄두를 건져올려 팔며 살아간다.
노목희는 가끔 문정수가 찾아와 혼자 늘어놓는 세상 이야기를 들어준다. 소방서에서 퇴직한 박옥출은 해저 고철 인양사업체의 전무이사가 된다. 오금자는 남편과 이혼한 후 치매 초기증세를 보이는 어머니에게 어린 아들을 맡기고 혼자 고향으로 내려가 일하다, 뉴스로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또다른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마을, 해망. 이 소설은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갖는 희망을 보여준다.
줄거리는 평이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래서 인지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간단하게 읽었다. 전개된 내용에 대하여 깊은 느낌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삶 속에는 나름대로 원인 결과가 현재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창야 사람 노목희와 장철수 관계와 그곳에 끼어 있는 기자 문정수의 놀라운 인연들의 연속이다.
'강을 건너지 마라'라는 표지의 글처럼 삶의 여정에 놓인 말없는 출사표를 훑어보면서 내가 사는 지금 함게 호흡하는 이들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삶의 방식에 대한 긴 물음을 보았습니다. 그 어떤 방식으로든 각자의 방향과 깊이가 있어 나를 뒤돌아보게 하고 답을 내주지 않은 작가의 긴 한숨도 찾아낼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답글삭제다음번엔 작가의 호탕한 웃음과 말없는 각진 개성의 기대하며 살포시 이 한 권의 책을 가슴에 안았습니다.